지은(17)이와 성진(17)이는 이번 시험을 앞두고, 3주 전부터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시험 당일, 성진이는 문제를 풀면서 ‘이건 공부했던 문제네!’, ‘이건 외웠던 건데!’라고 감탄하면서 뿌듯한 마음으로 시험을 마쳤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지은이는 ‘이건 분명히 봤던 내용인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이게 뭐더라?’ 하며, 시험을 보는 내내 애를 먹었다.
똑같이 3주 전부터 준비했는데도, 두 학생은 왜 이렇게 다른 결과를 보였을까? 차이는 바로 ‘기억력’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험을 잘 보려면 결국 그 내용을 머릿속에 잘 저장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곧바로 꺼내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 능력은 우리 뇌의 기억력이 크게 좌우한다.
잠깐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하면, 감각기억은 눈, 귀, 코, 혀 등의 감각기관을 통해, 어떤 정보가 들어오는 그 순간에 기억되는 ‘짧은 기억’이고, 단기기억은 감각기억으로 들어오는 것 중, 집중해서 ‘20~30초 정도 기억’되며, 장기기억은 이 중 반복을 통해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저장된 것을 말한다.
따라서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우리가 공부한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해 낼 수 있도록 ‘장기 기억’에 저장해 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은이처럼 어디서 보긴 봤는데,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억울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억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과학적으로 입증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반복’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반복하지는 말고, 반드시 외워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잘 선택해서 집중해야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기억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4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오감’을 사용하여 암기하는 방법이다. 암기할 때, 그냥 눈으로만 훑어보는 것은 주로 감각기억에 들어왔다가 금방 소멸하기 때문에 별 효과가 없다. 반면, 손으로 쓰거나 소리 내어 보거나, 몸의 움직임 등을 활용해서 암기하는 방법은 기억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에서 영어 문법을 노래로 만들고, 춤을 추면서 외우게 했던 방식도 오감을 활용한 것이다.
이 방법은 특히 1:4의 비율로 활용해 보면 좋다. 즉, 내용을 눈으로 ‘1번’ 읽었다면 그 내용을 기억해서 쓰거나, 소리 내어 암송하는 방법을 ‘4번’ 하는 것이다. 그 효과를 백번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공부할 때 적용해 보면, 기억력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될 것이다.
둘째, 암기한 내용을 그 자리에서 ‘테스트’하는 것이다. 연습문제나 평가문제를 풀어 봄으로써 암기한 내용을 재확인해 보면, 더욱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집이나 교과서에 나와 있는 문제로 자신을 테스트해봐도 괜찮고, 아니면 함께 공부한 친구와 서로 문제를 내면서, 테스트해 볼 수도 있다.
셋째, ‘다른 사람을 가르치기’ 방법이다. 자신이 교사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친구나 동생, 혹은 인형을 앞에 두고 설명해 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가르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확실한 암기 효과가 생긴다. 또, 암기하면서 놓쳤던 부분도 가르치는 방법을 통해,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
넷째, ‘취침 30분 전’에 집중적으로 암기하는 것이다. ‘취침 30분 전에 외우는 게 효과가 있을까? 아침에 외우는 게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험 결과, 취침 30분 전에 암기한 경우는 56% 정도를 기억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9% 정도만 기억을 해냈다고 한다. 그러니 취침 전 30분을 최대한 활용해서 집중적으로 암기하면, 다른 시간에 암기하는 것보다 몇 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기억력을 높여주는 다양한 전략을 소개했다. 이 전략들을 적절히 사용해서 다음번 시험에는 기억이 안 나 당황해 하지 말고, 유종의 미를 거두는 여러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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