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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학 보내고싶으면 직접 데려가라

오프라윈프리 2006. 11. 30. 09:51
좋은 대학 보내고싶으면 직접 데려가라
김지룡 외부필자 | 11/29 13:07 | 조회 5127    
 
내가 ‘대학’이라는 곳에 처음 간 것은 입학원서를 접수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처음으로 대학이라는 곳이 그렇게 크고 멋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18살이었던 내 눈에 ‘대학’이라는 곳은 거대한 왕국처럼 보였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가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좋은 대학’을 나오면 ‘좋은 회사’에 다닐 수 있고 ‘좋은 인생’을 살 것이라는 등식은 이제 잘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했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대학’이 무엇인지 ‘좋은 대학’은 또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지난번에 말한 것처럼 초등학생 시기는 피아제의 인지발달 단계 상 ‘구체적 조작기’에 해당한다.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사물이나 직접 경험한 것이어야 잘 이해할 수 있는 단계다. ‘좋은 대학’은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추상적인 개념이다. ‘좋은 대학’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데,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좋다’는 말을 이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에게 ‘좋은 대학’이 무엇인지 알려주려면 구체적인 장소에 데리고 가야 한다.

딸아이를 서울대학교에 데리고 간 적이 있다. 딸아이의 입이 떡 벌어졌다. 초등학교보다 100배는 넓은 캠퍼스, 운동장 몇 배 크기의 잔디밭, 줄지어 늘어 선 으리으리하고 세련된 건물들, 첨단 시설을 갖춘 대형 강의실, 메뉴가 다양한 구내 식당. 딸아이가 받은 충격은 18살 때 내가 받았던 충격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것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이런 것이 ‘좋은 대학’이다. 한적한 휴일에 대학을 방문해 구내에서 몇 시간동안 인라인 스케이트나 킥보드를 타고나면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직접적인 경험이 구체적인 욕구로 나타나는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경제교육 역시 항상 구체적인 도구나 논리를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 할인마트나 백화점에서 부모와 아이가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아이는 사달라고 조르고 부모는 안 된다고 버틴다. 이럴 때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아이 : "이거 사줘. 만 원밖에 안 해"
부모 : '만 원이 뉘집 애 이름인줄 알아?"

뉘집 애 이름? 도대체 무슨 뜻일까.

‘만 원이라는 돈은 친구 이름을 부르듯이 함부로 입에 올릴 말이 아니다’는 뜻일 것이다. 이런 말은 하는 부모 자신도 자신의 부모에게서 비슷한 말을 들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예전에는 ‘천 원이 뉘집 애 이름인줄 알아’였겠지만.

과거의 경험을 떠올려보자. 과연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납득할 수 있었는가. 절대로 사주지 않겠다는 부모의 의지는 알았겠지만, 사주지 않는 이유를 명확하게 납득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부모가 ‘만 원이 뉘집 애 이름인줄 알아’라고 하는 것은 ‘만 원이라는 돈이 무척 큰돈이다’ ‘함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같은 메시지를 아이에게 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뉘집 애 이름’은 아이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 ‘만 원의 가치’나, 나아가 ‘돈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려면 구체적인 척도를 지니게 해야 한다. 제일 효과적인 것은 아이가 직접 돈을 벌어보는 경험일 것이다.

할인마트에서 쇼핑을 하는 가정들이 많다. 쇼핑 카트를 빌릴 때 백 원 동전을 넣는 할인마트가 많다. 쇼핑이 끝난 후 카트 보관소에 반납하면 백 원을 돌려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할인마트 주차장에는 버려진 카트들이 꽤 있다. 보관소까지 끌고 가서 반납하는 것이 귀찮아 방치하고 가버린 카트들이다. 이런 카트를 보관소까지 가져가면 백 원을 벌 수 있다.

할인마트에 쇼핑을 하러 갈 때마다 딸아이와 함께 버려진 카트 모으기를 한다. 차가 많이 다니는 주차장이므로 안전을 확보해주기 위해서 내가 옆에서 도와주기는 하지만 카트의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도록 살짝 잡아주는 정도다. 딸아이가 있는 힘을 다해 카트를 모아놓은 장소까지 밀고 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카트를 모으면 30분에 500원 정도를 벌 수 있다.
이런 일을 경험하고 나면 만 원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 실감하게 된다. ‘만 원’하면 카트 백 개를 떠올리거나 30분 동안 힘들게 카트를 모으는 일을 스무 번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척도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한 뒤로 딸아이는 ‘이거 사 줘. 만 원밖에 안 돼’ 같은 말을 입에 올리지 않게 되었다.

아이가 직접 돈을 벌어보는 경험을 시키는 일은 어렵지 않다. 테이크 아웃 커피점 근처에 버려진 컵을 모아 판매점에 가져간다. 하나에 50원씩 환경부담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 마트나 슈퍼마켓에서 돈을 주고 산 비닐 쇼핑백을 가져간다. 가게에 따라 하나에 10원에서 50원 정도의 금액을 돌려준다. 맥주나 소주병을 모아서 마트나 슈퍼에 가져간다.

아이들에게 이런 일까지 시켜가면서 경제교육을 해야 하는가 의문이 드는 분도 있을 것이다. 자주 시키라는 말은 아니다. 한 두 번 경험하거나 몇 달에 한 번 경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런 일은 부모와 아이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돈을 버는 것은 힘든 일이므로 바르고 소중하고 신중하게 써야 한다는 것을 아이에게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는 백 마디의 말보다 한 번의 경험이 훨씬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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