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교육 때문에…=한국인의 노후 준비를 막는 최대 요인은 자녀 양육비로 나타났다.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국인 응답자 가운데 43%가 노후 준비를 가로막는 요인(복수응답)으로 '자녀 양육비'를 꼽았다. 반면 홍콩 사람은 실업(23%)을, 독일 사람은 높은 생활비(38%)를 가장 많이 꼽았다. 미국인(미국은퇴자협회 4월 조사)은 높은 생활비를 노후 준비의 최대 장애요인이라고 응답했다. 한국인 응답에서 자녀 양육비가 높은 것은 사교육비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의 사교육비는 19조2000억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았다. 이철용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각 부문의 재무 설계사에 따르면 자녀가 없는 가구의 저축률은 대체로 20~70% 선이지만 자녀가 있는 가정의 저축률은 0~30%에 불과하다"며 "저축률 격차의 가장 큰 요인은 자녀 교육비"라고 말했다.
◆ 노후대비는 막연한 생각뿐=일진그룹 경영기획실 김영화(39) 차장은 매달 소득의 30%가량을 예금이나 적립식 펀드 형태로 모으고 있다. 김 차장의 순재산은 2억5000만원가량으로 아파트 전세금 1억5000만원 외에는 모두 금융회사 예금이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 하나인 김 차장은 결혼 9년째지만 그동안 노후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열심히 돈을 모으면 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종신보험 등은 아예 들지도 않고 암보험만 가입했을 뿐이다.
김 차장처럼 노후 걱정을 하면서도 노후 대비에 필요한 자금조차 계산해 보지 않는 한국인이 많다. 강팔용 PCA생명 전무는 노후대비 방법으로 ▶은퇴 견적을 낸 뒤 ▶평균 수명이 긴 아내를 중심으로 은퇴 설계를 하고 ▶은퇴 시점에 기본생활비의 80% 이상을 안정적인 연금으로 구성하며 ▶은퇴 후 생활비의 50%를 차지하는 의료비는 따로 준비하고 ▶65세 이후에도 할 일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자영업자가 더 불안하다=이번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경우 노후 준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을 직업별로 분석해 보니 직장인에 비해 자영업자의 노후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 자영업자는 54%만이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해 전체 평균(57%)보다 낮았다. 반면 직장인은 60%가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직장인보다 자영업자가 더욱 철저히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직장인은 본인의 적극적인 노력이 없어도 퇴직연금 등을 통해 일정 부분 노후 보장이 되는 반면 자영업자는 본인이 준비하지 않으면 국민연금 이외에는 노후 보장 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형철 국민은행 청담PB센터 팀장은 "자영업자는 노후자금을 쉽게 깨기 어려운 연금보험이나 장기펀드 등에 나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창규.최준호.고란(이상 경제부문).김영훈(사회부문) 기자 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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