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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정비 촉진지구 뒤집어 보기

오프라윈프리 2006. 11. 28. 09:19
도시재정비촉진지구 뒤집어보기
중앙일보조인스랜드 2006/11/17 17:04

 
지난달 16일 건설교통부가 ‘도시재정비촉진을위한특별법’(이하 도촉법)에 따라 재정비촉진지구 16곳을 신청하면서 선정된 지역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재정비촉진지구란 도시의 낙후된 지역에 대한 주거환경개선과 기반시설의 확충 및 도시기능의 회복을 위한 사업을 광역적으로 계획하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도촉법’에 의하여 지정한 곳이다.

재정비촉진지구는 주거환경개선과 기반시설의 정비가 필요한 주거지형(15만평 이상)과 토지의 효율적 이용과 도심 또는 부도심 등의 도시기능의 회복이 필요한 중심지형(6만평 이상) 두 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이번에 선정된 곳 중 주거지형은 한남, 북아현, 장위 등 13곳이며, 중심지형은 2차 균형발전촉진지구 3곳이다.

이들 지역이 기대가 높은 것은 각종 특혜 때문이다. 일단 25.7평 이하 중소형 아파트 의무건립비율이 60%로 낮아져 중대형 아파트를 기존 재개발보다 20%이상 많이(총40%) 지을 수 있고, 용적률과 층수가 국토계획및이용에관한법상 최고치까지 적용이 가능하여 사업성이 훨씬 좋아진다.

그리하여 강북에도 타워팰리스와 같은 초고층 건축물이 들어서며 주거환경과 교육여건이 크게 개선되어 강남 못지않은 지역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다. 또한 기존 재개발에서의 추진위원회와 구역지정절차를 의제처리 함으로써 곧장 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단순화 하였으나, 그대로 이루어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듯 하다.

공공의 개입이 늘어날듯

도촉법에서는 적극적인 공공의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도촉법 제18조에 따르면 재정비촉진계획의 결정ㆍ고시일부터 2년 이내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하거나, 3년 이내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이를 직접 시행하거나 총괄사업관리자를 사업시행자로 우선하여 지정할 수 있다. 즉, 일정한 기간 내에 인가를 받지 못하면 공공이 사업의 주체가 되어 시행하겠다는 뜻이다.

주거환경연구원 보고서의 결과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서울 재개발 사업에서 기본계획 확정 후 사업시행인가까지 38~41개월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를 통해 봤을 때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재정비 촉진지구가 공공이 시행자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번에 선정된 대부분의 지역은 투기열풍으로 이미 평당 지분 값이 2천만~5천만원에 이르러 조합원 간의 갈등으로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많은 어려움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됨에 따라 실수요자들까지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조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실정이다.

또한 도촉법 제정의 목적대로 ‘광역적’ 개발로 여러 구역을 묶어 시행하게 되면 그만큼 주민의 동의를 얻는 것이 힘들어져 조합설립인가를 받기가 힘들어진다.

촉진지구로 지정된 지역 내에는 현재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곳, 가칭단계에서 추진위원회활동을 하는 곳, 새롭게 개발구역으로 편입된 곳 등 여러 유형의 지역이 혼재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마다 작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역민들의 정서가 전혀 다른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하나로 묶어 ‘광역적’이라는 이름 하에 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진행하라고 하는 것은 사업이 지체되는 것을 묵과하겠다는 뜻과 다를 바 없다. 결국 정해진 ‘짧은’시간 내에 조합을 설립하지 못하든가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하면 공공시행을 할 수 있는 든든한 밑받침을 해 준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한 도촉법 제15조에서는 주민들이 추천하는 시공사와 수의계약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주민 의견을 존중하여 민간브랜드 아파트를 건설하도록 한 선심성 조항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주민들은 단지 ‘추천’만 할 뿐 시행자로서의 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계약관계에서 배제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된다면 주민들은 네임밸류를 얻는 대가로 경제적 부담을 톡톡히 치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대 민간의 갈등이 심해질듯

또한 도촉법 제15조에 따르면 정비사업, 즉 주거환경개선사업ㆍ주택재개발사업ㆍ주택재건축사업ㆍ도시환경정비사업에 한해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사업을 직접 시행하거나 대한주택공사, 지방공사, 한국토지공사 등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다.

이것은 토지등소유자가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구성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공공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조항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도정법제8조제4항 참조) 주민주도적으로 조합을 결성하여 추진하던 정비사업에서 공공의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공공은 특성상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지 때문에 민간과 질적 격차가 크게 나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여 그들의 창의력을 활용하고 부족한 부분을 공공이 보완하는 형식으로 협력하는 방안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듯 도촉법을 뒤집어 다시 보면 사업을 빨리 진행하기 위한 조항들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사업을 지체시키는 요인들을 가지고 있으며 나아가 주민들의 진정한 의사와 다른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 내용과 관련하여 공공의 개입요건을 강화하기 위해 한나라당 박승환의원이 도촉법 제15조제1항의 내용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한 경우’로 제한하는 개정안을 건교부에 제출하여 현재 계류중이다.

모든 주민의 의견을 만족하는 계획을 세우기는 불가능하지만 주민들 가슴 속의 소리가 반영되는 법과 정책이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계획단계와 실제 사업단계를 구분하여 정비기반시설에 대한 부담을 공동으로 분담하는 의미의 ‘광역적’개발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기[kimjongki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