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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경영으로 중국 뒤흔드는 한국인 ceo

오프라윈프리 2006. 11. 29. 09:42
[화제! 이 사람] ‘감동 경영’으로 중국 뒤흔드는 한국인 CEO
[주간조선 2006-11-28 09:47]

다국적 제약업체 바이엘의 아·태지역 사장 이희열씨
중국인 직원 1600명 제주도에서 단합여행, 영업사원 1200명에 한국산 승용차 지급
부임 후 중국 내 연간 매출액 50% 늘어… 6000개 제약업체 중 성장률 1위

▶이희열 사장은

1965년 서울생
1984년 서울 여의도고 졸업
1988년 미 애리조나대 졸업
1995년 미국 머크사 극동아시아 담당이사
2003년 BMS제약 오세아니아 총괄 사장
2005년 바이엘헬스케어 중국 사장(현)
2006년 바이엘헬스케어 아태지역 사장(현)

‘아스피린’을 판매하는 다국적 제약업체 바이엘헬스케어의 아ㆍ태지역 총괄사장 겸 중국법인 사장은 한국인 이희열(41)씨다. 이 사장은 지난 11월 12일 제주도에 특별한 손님을 데리고 찾아왔다.

바이엘헬스케어 중국법인의 전 직원 1600명과 함께 5박6일간 제주 신라호텔에서 단합대회를 가졌던 것. 회사 경비원과 운전기사까지 모두 참가한 이례적인 행사였다. 여행 경비만 50억원 넘게 지출했다.

이 업체는 한류 가수인 동방신기와 이정현을 제주도로 초청, 중국 직원을 위한 특별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이 사장은 제주도를 떠나기 전 ‘중대 발표’를 했다. 영업직 사원 1200명 모두에게 한국산 현대 라비타 승용차를 한 대씩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영업사원 전원에게 승용차를 지급하는 일은 중국 제약업계 사상 처음이다. 그것도 중국산 차량이 아닌 외제차를 선물한 셈이다. 그는 또 영업실적이 우수한 사원 20명을 대상으로 즉석에서 1300만원씩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중국 사원의 평균 연봉은 300만원 정도. 중국의 물가 기준으로 1300만원은 한국에서 1억원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

이 사장은 어떤 사람이고, 왜 이런 파격적인 경영을 할까? 제주 신라호텔에서 만난 그는 헐렁한 청바지에 평범한 스웨터 차림이었다. 머리는 군복무를 갓 마친 사람처럼 짧았다. 기자에게 200원짜리 ‘야쿠르트’를 마시라고 건네는 모습은 ‘잘 나가는’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예상 이미지와는 달랐다.

“제가 양복을 입고 특급호텔에 서 있으면 사람들이 다가와 묻습니다. ‘화장실이 어디냐’고요. 호텔 직원처럼 보인답니다. 태국이나 캄보디아에 가면 자기네 나라 사람인 줄 알고 현지어로 말을 걸어오죠.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서 호텔에 가면 경비원이 기사 대기실로 안내합니다.”

이 사장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그의 경영 실적은 외모와 달리 수수하지 않다. 이 사장은 미국에서 대학과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다국적 제약업계에 16년간 몸담았다. 그는 특히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탁월한 실적을 내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 다국적 제약업체 호주법인에서는 부임 1년 만에 매출 성장률을 업계 1위로 끌어올렸고, 이 회사의 한국법인 사장을 할 때도 성장률 1위의 기록을 냈다. 그는 2005년 바이엘헬스케어에 스카우트돼 중국법인 사장으로 부임했다. 중국 제약시장은 연간 20% 성장하는 황금시장이다. 이 때문에 내로라하는 다국적 제약업체가 모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바이엘헬스케어는 세계 제약업계 16~17위 기업이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6위를 달리고 있다. 이 사장이 부임한 이후 연간 매출액이 48% 늘어 중국의 6000여개 제약업체 중 성장률 1위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올해 매출액은 약 3000억원. 바이엘헬스케어 아ㆍ태지역 전체 매출 중 30%를 차지한다. 그는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7월 아ㆍ태지역 15개국을 총괄하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비결이오? 아주 작고 조그만 데 있습니다. 많은 CEO가 말로는 ‘인재 경영’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인재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사장이 직원에게 연말 카드를 보냈는데 사인도 없고 상투적인 문구만 인쇄돼 있다면 그 직원이 어떤 생각을 할까요? 휴일에 등반대회나 단합대회를 여는 사장은요? 회사 회식을 왜 저녁 때 해야 하나요? 고객이나 직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해야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요.”


이 사장은 작년 11월 창 밖을 보다가 우연히 실외 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추위에 떠는 모습을 발견했다. 당장 점퍼를 여러 벌 구입했다. 그리고는 직접 찾아가 전달했다. “점퍼를 지급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사장이 직접 찾아가 전해줬다는 점이 중요해요. 점퍼 몇 만원 안 합니다. 시간은 5분이면 충분해요. 그런데 이후 직원들이 사장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더군요.”

이 사장은 IMF 경제 위기 당시 한 외국계 제약업체의 한국 사장으로 근무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을 하던 시절이었다. 그 역시 상사로부터 “30% 구조조정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는 “한국의 경제 위기는 우리 직원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고 일시적인 사태이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잘해주면 반드시 실적으로 돌아온다”고 주장했다. 한 술 더 떠 “당신 월급부터 10% 깎으면 내 월급 50% 깎고 직원 월급 30% 깎겠다”고 버텨 구조조정을 막았다.

이 사장의 다음 행보는 파격 그 자체였다. 그는 한국 직원과 직원 가족을 모두 데리고 해외 여행을 떠났다. 고객이 줄어 발을 동동 구르던 국내 항공사는 전세기를 써 줘서 고맙다며 감사패까지 수여했다고 한다. 직원의 임금을 깎기는커녕 20% 인상했다. 영업사원에게는 승용차를 한 대씩 나눠줬다. 직원들은 당시 회사의 형편이 어렵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듬해부터 이 회사는 매출액이 급증, 3년간 3배가 늘었다.

이 사장는 “CEO의 고객은 직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고객을 어떻게 감동시키는가에 회사의 실적이 달려 있다”며 “제약시장도 결국 영업과 마케팅 싸움인데 사람(직원)이 성패를 가른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바이엘헬스케어는 중국 진출 10주년을 맞아 주요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실었다. 이 광고에는 ‘임직원 일동’이라는 상투적인 문구 대신 중국 직원 전원의 이름을 빽빽이 실었다. 사장의 이름도 같은 크기로 들어갔다. 이 사장은 인사부에 지시해 이 날 신문을 대량 구매한 뒤 직원 개개인의 이름에 밑줄을 그어서 나눠줬다. 

김민구 주간조선 기자 roadrunn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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