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을 받는 일은 즐겁다.그러나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는 일은 더 즐겁다.’
뜬금없는 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 그렇다.1월의 급여명세표를 받는 순간 원천징수 세액이 마이너스로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보는 즐거움은 정말 짜릿하다.
세금을 돌려받는다는 것은 돈도 돈이거니와 지난 한 해 동안 땀 흘려 이룩한 ‘세(稅)테크’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이런 면에서 1월의 ‘급여명세표’는 일종의 ‘세테크 성적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학교 시절 학업 성적이 그랬듯이 좋은 결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차근차근 세금 부담을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까닭이다.하지만 평소에 준비를 열심히 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방법은 있다.시험에 ‘벼락치기’ 준비가 있듯이.
◆ 세테크의 ‘벼락치기’
‘벼락치기’의 첫 번째 포인트는 장기주택마련 저축. 만18세 이상 세대주로서 무주택자이거나 국민주택 규모(전용 면적 85㎡) 이하의 주택으로서 가입 당시 기준 시가가 3억원 이하인 1주택 소유자라면 가입이 가능하다.
가입 기간은 7년 이상이며 분기별로 3백만원 이내에서 여유 자금이 생기는 대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납입액의 40%, 최대 3백만원 범위내에서 소득이 공제된다.지금 당장 가입하더라도 1백20만원(3백만원×40%)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한 셈이다.
장기주택마련 저축의 흠이라면 만기가 7년 이상인 장기 상품이지만 단리로 운용된다는 것.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장기주택마련 펀드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장기주택마련펀드는 장기주택마련 저축과 적립식 펀드를 합쳐놓은 상품이다.적립식 펀드가 가지고 있는 평균 단가 하락 효과가 적립 기간이 길면 길수록 뚜렷이 나타나는 점을 감안한다면 7년 이상이라는 긴 기간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장기주택마련 저축과 장기주택마련 펀드에 함께 가입해 시장 상황에 따라 불입액을 조절하는 방법도 있다.
벼락치기의 두 번째 포인트는 연금저축. 지난해까지는 연금저축 불입액 범위 내에서 최대 2백40만원까지 납입 금액 전액이 소득 공제되었는데 올해 이 한도가 3백만원으로 늘어났다.분기별로 3백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으니까 지금 가입하더라도 3백만원 전액에 대해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가입 기간이 최소 10년 이상, 만55세까지이며 원리금 지급도 연금 형식으로 받아야 하는 것이 흠이지만 연금이니까 노후 대비용으로는 오히려 매력적인 상품이다.주식형과 채권형이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변경이 가능하며 약간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금융기관을 옮겨다닐 수도 있다.
다만 나중에 연금을 타게 될 때에는 5.5%(주민세 0.5% 포함)의 연금소득세를 내며 중도 해지시에는 불입 금액의 22%(연간 3백만원 한도)를 해지 가산세로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그러나 소득 금액이 연 4천만원 이상(28.6~38.5% 세율 구간)이라면 소득 공제를 받는 금액이 더 크기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올해 말에 가입한 연금신탁을 내년 초에 해지하더라도 이익인 셈이다(얼마나 이익인지를 계산해보시길!).
◆ 꼼꼼하게 따져보고 거듭 살펴보자
연말정산 과정은 이삭줍기와 비슷하다.그런 만큼 공제 항목들을 차근차근 살펴 ‘내게 해당되는 사항’은 없는지 꼼꼼하게 따져봄으로써 ‘놓치는 이삭’이 없도록 해야 한다.다음 중에서 ‘내게 해당되는 항목’은 무엇일까?
우선 교육비 공제에서 본인 등록금은 대학원까지 전액 공제된다.부양가족에 대해서는 영·유아, 취학 전 아동, 유치원생, 초·중·고교생에게 지급한 교육비는 1인당 2백만원, 대학생의 경우 7백만원 한도 내에서 소득을 공제받을 수 있다.자신의 형제·자매나 배우자의 형제·자매도 주민등록표상 동일 주소지에 거주하면서 생계를 같이하고 있다면 대학 등록금까지 소득 공제가 가능하다.
의료비는
과세 대상 급여의 3%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5백만원까지 소득이 공제된다.근로자 본인, 65세 이상 부양가족 공제 대상자와 장애인에게 지출된 의료비는 이 한도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의료비가 최고 한도를 초과할 때 추가적으로 공제되는 효과가 있다.라식 수술 비용, 보철, 틀니, 질병 예방 차원의 스케일링, 50만원 이내의 안경이나 콘텍트렌즈 구입 비용 등도 의료비에 포함된다.
올해는 의료비 적용 대상 기간에 유의해야 한다.지난해까지는 의료비 소득 공제 대상 기간이 매년 1~12월이었지만 내년부터는 지난해 12월~ 올해 11월로 조정이 되는 것. 이 과정에서 올 한해는 의료비 적용 대상 기간이 1월부터 11월까지로 한 달이 짧아진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내년(정확히는 올해 12월)부터 미용·성형 수술과 치아 교정, 보약 구입 등에 소요된 비용도 소득세 공제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눈이나 코 등의 얼굴 성형은 물론 모발을 이식하거나 비만을 치료하는 수술 등이 다 소득 공제 대상이 되는 것이다.몸이 허해져 보약이라도 지어 먹으려면 당연히 12월 이후로 미루어야 한다.
다음은 신용카드 소득 공제. 총 급여액의 15%를 초과하는 신용카드 사용 금액에 대해 15%를 공제한다.공제 한도는 총 급여액의 20%와 5백만원 중 작은 금액이다.
맞벌이 부부라면 부부 중 누구의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할까? 대략적인 연간 신용카드 사용 금액을 추정한 후 그 금액이 부부 중 소득이 많은 쪽 연봉의 15%를 초과하면 그 편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그렇지 않으면 반대쪽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편이 유리하다.
의료비를 신용카드로 결제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해까지는 중복 공제가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불가능하다.의료비 공제액은 신용카드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 그러나 의료비 중 총 급여의 3%에 미달해 의료비 공제를 받지 못했거나 의료비 공제를 받았더라도 의료비 공제에서 제외되는 총 급여의 3% 이하인 경우 신용카드 소득 공제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일반적으로 간과하기 쉬운 절세 포인트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연 소득이 2천5백만원 이하라면 본인 결혼은 물론 만60세 이상인 부모의 장례(어머니는 55세)와 이사에 들어간 비용에 대해 각각 1백만원 한도 내에서 소득 공제가 가능하다.
둘째, 암·중풍·만성신부전증 등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중병 환자는 장애인등록증이 없더라도 세법상 장애인에 해당돼 나이에 관계없이 3백만원(부양가족 기본 공제 1백만원+추가 공제 2백만원)의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셋째, 배우자 공제는 배우자 소득이 1백만원 이하일 때만 가능하다.그러나 이때 말하는 소득은 연봉이 아니라 연봉에서 근로소득 공제를 뺀 나머지 금액을 말하는 것으로 이를 고려하면 배우자의 소득이 연 7백만원 이하일 때는 배우자 공제를 받을 수 있다(연 소득 7백만원일 때의 근로소득 공제액 = 5백만원 + 5백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50%).
아울러 올해 말까지 정치자금을 기부하면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 공제(소득 공제가 아니다!), 10만원 초과 기부 금액은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하자. 소득세의 10%가 주민세로 징구되는 것을 감안하면 정치자금 10만원을 기부했을 때 11만원의 세금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다소 불합리해 보이는 이 특혜(?)는 그러나, 올해로써 끝이다.내년부터 적용될 세법 개정안에는 주민세를 포함해 기부금 범위 내(최대 10만원)에서 세액이 공제되도록 조정되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은 어떨까? 정치인을 후원하면서 소액이지만 돈도 벌고 이 땅의 척박한 정치 풍토를 개선하는 데도 일조할 수 있다면 말 그대로 1석3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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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하나은행 웰스매니저)